쿠이 료코의 작품을 보며 감탄하고 또 부러운 점은 작가가 가진 상상력의 해상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편린이나 다름없는 장면에 디테일이 더해지고 그 디테일이 반복되며 이야기를 간단히 (과정이 간단할 뿐 이게 간단히 되는 사람은 극히 드문데) 풍성하게 만들고 세계가 굳건해짐.
던전밥은 금기를 금기로 여기지 않는 만화라서 좋아.
금기가 금기이기 때문에 절대로 범하지 않는 '정의로운' 이야기들이 있고
반대로 금기가 금기라는 이유만으로 모조리 범하면서 사이다 감성 추구하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라이오스와 마르실은 거기다 대고 왜? 라고 할 수 있는 애들이라서 좋다
ㅋㅋㅋㅋㅋㅋㅋ 영어로 다시 보는데
'참고로 레드 드래곤은 시속 60km로 달릴 수 있어'
'미리 좀 말하지!'
부분이 영어 대사에선
'fun fact. Red dragons ca run up to 60km/h!'
'Thats fun???'
으로 바뀌어 있어서 웃음 터짐. 헐떡거리면서 펀 팩트 이러고 나불거리는데 라이오스 너드력 폭발.
던전밥에는 질문을 허용치 않는 신성함이 없다.
아주 언홀리한 이야기다.
단적으로, 새삼 생각해보면 여기엔 일본식 판타지에 으레 등장하는 신관이나 사제, 성당, 신전 같은 게 없다. 치유사는 마법사의 일종일 뿐이고 마물과의 싸움은 숭고한 사명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경제 활동일 뿐이다.
무엇을 통제할 수 없었는지 생각하고 호기심에 자극받고 뭘 해야할지 생각한다. 그런 태도는 비교적 '정상적인' 주변인들에게 똘끼로 보이기도 하지만... 난 얘네의 이런 점이 너무 사랑스럽다. 금기를 직시하면서도 옆을 볼 줄 알고, 애초에 금기를 바라보게 된 이유가 서로였다는 게...
물론 이곳에도 금기는 있다. 익숙한 것으로는 식인에 대한 금기가 있고 독자 입장에서 다소 낯선 것으로는 마물식에 대한 금기가 있으며, 장명종의 높은 분들끼리만 공유하는 악마에 대한 금기도 있다. 하지만 던전밥은 이런 금기들을 신성한 채 놔두지 않는다. 결론만 두고 보면 전부 범한다.
만약 담당자 트윗이
'쿠이 료코 작가님에 대한 많은 성원 아래 한정판은 5분만에(실제론 1분이었지만) 완판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재고가 소진되어 저희도 당황스럽네요. 추가 물량 확보를 알아보고 있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더 확보하기는 힘들어 보이는 점 알려드립니다.'
2. 괜한 걱정을 했네요!
지금 수량이 수요를 전혀 따라가지 못한 상황에 대해 새로운 걱정을 해야 할 판국에, 못 사서 발만 동동 구르는 사람들 넘쳐나는 와중에 'ㅎㅎ 다 팔았당' 수준으로 본인(혹은 회사측) 감상만 솔직하게 쓰고 있으면 보고 있는 사람들은 짜증날 수밖에.
세 가지 포인트가 특히 열받는데
1. 적지 않은 수량
누가봐도 코딱지만한 수량을 적지 않은 수량 운운하고 있으니 심플하게 어이가 없고 화남. 본인들이 준비할 땐 적지 않은 수량이라 생각했어도 실제로는 엄청 적은 수량이었단 게 밝혀진 마당에 어휘를 좀 골라서 써야하지 않았을까..?
3.구매에 성공하신 분들은
무슨 티켓팅 성공도 아니고 구매를 '성공'씩이나 해야할 정도로 어렵게 해놓은 장본인이 그게 무슨 문제냐는 듯이 저런 어휘를 쓰고 있음. 그냥 1분만에 재고(예구에?) 소진되고 사고 싶어도 못 산 사람 넘쳐나는 상황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 없어보임.
하지만 그렇기에 던전밥의 결말이 더 빛난다. 던전밥은 부정을 통해 결말에 도착하지 않는다.
완전한 행복은 불가능하니 우리의 식(食)은 불가피하다는 체념이 아니다. 식과 생은 그 자체로 우리이고, 완전하지 않은 행복에서도, 상실로 다치고 죽음을 맞닥뜨려도 우리는 원할 수 있다.
이거 철이 더 무겁댑니다. 솜에 더 큰 부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질량은 ��아도 지구에서 무게는 솜이 덜 나간다고.
근데 실제로 철 1kg랑 솜 1kg 사서 무게 재보면 똑같댑니다. 제품 생산할 때는 질량이 아니라 무게를 사용하기 때문에 솜 1kg 사면 거기 들어 있는 질량은 1kg이 넘는다네요.
던밥 13권에 잠깐 나오는 고대인들 귀나 신체적 특징 보면 인종이 갈라지지 않았던 거 같은데(심지어 오크 비슷한 그림도)... 또 중간에 나오는 욕망들 보면 인종 특징 및 세계관(공통언어, 마법)과 관련되어 있음.
어쩌면 이곳의 인종은 자연적인 종분화가 아니라 미궁의 힘에 의해 갈라진 건지도.
진짜 쿠이료코의 판타지에서 내가 정말정말정말정말 좋아하는 부분임
몇번이고 말했지만
인간/인간 이외의 다른 지적종족
으로 나뉘는 다른 판타지와 달리
쿠이료코는
인간 (톨맨, 드워프, 노움과 엘프 등등)
로 나눠줌!!
이게 진짜 너무 좋음 은연중에 깔린 인간우월주의를의식적으로배제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