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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과 현진은 정말 오랜만에 술잔을 기울이는 중이었다. 이 소박하고 조용한 마을에서 태어나 20년을 같이 보냈던 둘이지만 대학 이후로는 지성이 서울 생활을 하느라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현진은 이상한 곳에서 강단이 있고 고집이 센지라 자취는 해도 죽어도 이 동네에 있겠다며 떠나질 않았다. 지성은 졸업 후 회사원이 되었고 현진은 동네에서 작은 카페를 하나...
* 자살소재주의 이건 안타까운 이야기도, 슬픈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어느 세계의 청춘 둘이 떠나는 여행일지다. - 하루는 황현진이 다리에 피를 흘리며 귀가했다. 눈으로 봐도 피가 너무 많이 나길래 그냥 일단 업고 뛰었다. 다친 이유도 몰랐는데 몸이 먼저 나갔다. 제가 팔이 잘려 나간대도 황현진은 사지 멀쩡하게 살아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승민도...
“담배 되게 맛 없는거 피시네요.” 현진에게 주어진 황금 같은 니코틴 충전 시간을 방해한 음성이었다. 범인은 김승민. 방금 10분 전까지 자신한테서 기타 레슨을 받던 학생이다. 기타 초보자도 아니면서 과 밴드 동아리 오디션 대비로 짧게 레슨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다. 첫 수업에서 간단히 통성명을 했을 때 황현진은 김승민이 상당히 재미없는 부류의...
중도 출석으로 개근장학금 줬다면 아마 김승민이 받았지 싶을 정도로 김승민은 중도에 매일 출석 도장을 찍었다. 그런 김승민도 시험기간에 북새통처럼 사람이 터지는 도서관에서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훨씬 일찍 집을 나서야 했다. 그럼에도 하늘은 노력하는 사람의 편이어서인가? 승민은 시험기간임에도 한번에 매번 앉던 자리를 사수할 수 있었다. 운이 좋다고 생각하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6번 내림마장조 작품번호 81a 고별 제 1악장 Das Levewohl: Adagio - Allegro "다음으로, 황현진 학생의 연주가 있겠습니다." 현진은 손에 흐르는 땀을 한 번 닦고 피아노 앞에 섰다.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하던 콩쿠르 따위가 아니라 대한민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콩쿠르에서 벌써 두 번의 예선을 거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