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를 너무도 재밌게 봤으며 그 긴 영화를 4번 이상 본 사람으로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장소였다. 일명 ‘인터스텔라 도서관’이라는 Biblioteca Vasconcelos는 정말 영화의 블랙홀 내부의 모습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도서관 개인 랭킹 1위를 줄 수 있는 곳이다.
미국의 크고 작은 여러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배운 제일 중요한 포인트. 겸손해하지 말 것. 내가 잘 한 것은 꼭 표현하고 1.5배 이상 부풀릴 것. 내가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알아주지 않음. 내 공을 남에게 돌리지 말 것. 최근에 또 한국식 겸손병(?)이 나와서 손해 보고 새삼 되새김하는 중.
어제는 C/2020 F3 혜성 Neowise가 사라지기 전에 보고 싶어서 Alki beach로 나갔다. 육안으로도 관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주변의 빛 때문인지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서만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황홀한 순간이었다. 이제 6800년 후에 다시 지구를 찾을 거라니, 우주는 이렇게 광활하다.
물론 지금 내 상황에서 최선의 삶을 위한 선택이지만, 막상 내 일생의 정체성 중 하나였던 국적을 증명하는 여권에 ‘void’ 펀치가 뚫리는 순간 처음으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태어나면서부터 수십 년간 소속되어 있던 나의 국적이 ‘상실’되는 데는 단 10분이면 충분했다.
오늘 팀 미팅에서 팀원 한 명이 중요한 업데이트가 있다더니 커밍아웃을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원하지 않던 남자로 살아왔던 자신의 과거와 왜 지금 자신이 여성으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담담하게 전해줬다. 정말 그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축하해줬다.
이 한 문장이 마음에 와닿아 늦은 시간 시집을 바로 구매했다. 때론 단 하나의 문장이 주는 강렬함과 희열이 있다. 그 문장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포스팅에서 찾게 된다면 더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다. 오랜만에 리디북스에서 결재한 시집을 펼치며 금요일 밤은 이 시집과 함께 마무리한다.
나무에 걸린 오늘의 보름달. 아직 빛이 남아있던 하늘에 홀로 더 빛나는 보름달을 보는 순간 무슨 소원이라도 빌어봐야 할 것 같았다. 달 밑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설산의 경계선이 그림 같기도 했다. 이렇게 큰 달을 본 적이 있던가 싶은 생각이 들더니만 역시나 올해의 가장 큰 달이었다고 한다.
오래전 시애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팀 액티비티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이 풍경을 보며 한 친구가 “우린 정말 아름다운 도시에 살고 있지 않니?”라는 말을 했었다. 오늘 5번 고속도로에서 이 풍경을 찍으며 그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그때 하지 못한 대답을 해본다. “전적으로 동의해”
Maple Valley에 있는 Gnomes Trail이란 곳을 다녀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땅의 요정들이 사는 숲의 컨셉으로 긴 트레일을 걷다 보면 풀숲 사이로 고깔모자의 요정들 피겨들이 잔뜩 숨어 있다. 재밌는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하이킹 트레일에서 담아온 귀여운 풍경들을 이 글타래로 엮어본다.
내일부로 회사에서도 이름을 바꿔 활동을 하고 법적으로 개명 절차를 시작한다고 한다. 팀원 모두 이 친구를 축하해주는 와중에 한 명이 "이제 우리 팀에서 남자는 민우 혼자네"라고 말한다. 조직에서 혼자 남자였던 경우는 작곡과를 다녔던 대학 이후로 처음이다. 열심히 해야겠다.. #미국회사생활
아이폰15프로부터 지원하는 애플 로그가 궁금했는데 테스트 샷 편집해 보고 기대 이상의 퀄리티에 놀랐음. 컬러 그레이딩 후 아웃풋도 일반 미러리스 카메라로 찍은 영상과 큰 차이를 못 느낄 정도. 앞으로 여행 영상 간단하게 찍을 땐 아이폰에 블랙매직 캠 앱만 있으면 충분할 듯 싶기도 하다.
올해 들어 온도가 가장 높았던 지난 며칠 동안 계획에 없던 캠핑을 2박 3일로 다녀왔다. 이번에도 운 좋게 호수의 물옆에 사이트를 얻었다. 올해 첫 물놀이도 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벗 삼아 신선놀음하고 돌아왔다. 오랜 운전으로 너무 피곤해서 찍어온 사진은 내일 정리해야겠다.
오랜만에 저녁 식사 후에 자전거를 타고 I-90를 달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Mt. Rainier의 웅장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곧 해가 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과 산, 그리고 도시의 모습이 언제나처럼 비현실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