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어본 성적향상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은 '세뇌'다.
언젠가 학교 시험에서 수학 27점을 받은 일이 있었다. 난 평생 과외같은거 없을 줄 알았는데, 그 점수를 보시니 부모님께서 수학 과외선생님을 붙여주셨다.
그 선생님을 만난 건 내 인생에서 손꼽히는 행운 중 하나이다.
선생님께 배운 건 딱 두 가지다. "수학은 재밌는 거야", "문제 안에 답이 있어. 문제 다시 한 번 써봐."
선생님은 거의 숨쉬듯 '수학은 재밌는 거야'라는 말을 반복했다. 첫 1년 정도는 미칠거 같았지만, 1년 넘게 반복적으로 듣다보니 세뇌가 되더라. 신기하게도 수학이 재밌어졌다.
대기업 다니는 동생 친구가 '이번에 신입이 진짜 완전 신입이라서 하나하나 다 가르쳐줘야 해.'하며 불평반 놀라움반 섞인 말을 했단다.
그 놀라움에는, 요즘 대기업의 신입은 다들 소위 '중고 신입'이라 다들 바로 일을 할 줄 아는데 이렇게 뭘 모르는 애가 아직 남아있었나 하는 진심이 섞였단다.
"비건치즈" 라는 걸 볼 때마다 마케팅, 프레임의 힘을 느낀다.
비건치즈는 상온에서 고체인 식물성 유지에 한천이나 전분 같은 것을 섞어 식감을 내고, 곡물이나 견과류를 넣어 맛을 낸 제품이다.
이러한 제품이 십수년 전에 한국에서 이슈가 됐었다. '모조치즈' 혹은 '식용유 치즈'라고.
문제가 안 풀리면 선생님은 가끔씩 내게 개념설명을 다시 해줄 때도 있었지만, 대게는 "문제 안에 답이 있어. 문제 다시 한 번 써봐."라고 하셨다. 그러면 연습장에 손으로 문제를 다시 옮겨 적고, 표나 그림도 옮겨 그렸다. 그래도 못 풀면 다시 옮겨 적고, 그래도 못 풀면 다시...
아내가 이틀 연속으로 해달라고 조른 크림드 스피니치
어제 올린 파스타에 비해 손은 많이 가지만 (아마도) 훨씬 저속노화 음식인데다 맛도 좋다! 근데 우리 회사 제품은 안 들어간다...
재료 : 시금치 9뿌리, 양파(중) 1개, 다진마늘 1T, 버터 1T, 베이컨 3줄, 페페론치노 5개, 우유 400ml, 소금
식품업계 관계자로서, 물가는 내렸지만 올랐고, 올랐지만 내렸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국내 농산물은 모르겠으나, 많은 수입 원료들의 가격은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수입사들은 작년 하반기에 패닉바잉을 한 덕에 재고가 상당합니다.
이번에 유럽 사람들에게 들은 가장 재밌는 얘기는 '요즘 애들은 일의 중요성을 모르고, 진지하게 일하질 않는다.' 였다.
40대 후반~50대 초반 아저씨가 한 말인데, 자기때는 정말 다들 열심히 일해왔는데, 요즘 애들은 입사하면 처음 묻는 질문이 '여기 휴가 며칠이예요?'라며,
묘한 것은, '모조치즈'는 진짜 치즈보다 훨씬 싼데 비해 '비건치즈'는 진짜 치즈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건치즈의 성분표를 보면 물, 코코넛오일(21%) 이하 각종 전분등이 기재되어 있다.
영양성분표를 보면 100g당 지방 21g, 탄수화물 21g, 섬유질 4g 단백질 0.1g, 소금 2g 이다.
왜 같은 모짜렐라인데, 어떤 건 흰색이고 어떤 건 노란색일까?
내가 공장에 처음 갔을 때 문득 든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곡물을 먹고 자란 소의 치즈는 흰색, 풀을 먹고 자란 소의 치즈는 노란색이다.
풀에는 카로티노이드라는 천연색소가 함유되어있어서, 치즈에 노랑~주황색을 입힌다.
치즈 구매 업무를 시작할 때, 내가 이런 보고까지 쓰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올해 환율 전망과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이라니.
1. 전망 : 올해 한국 원화가 강세로 유지될 확률은 낮다.
작년, 한국은 최악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는데, 1월에 이미 그 절반만큼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럼에도 팔린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Shut up and take my money!'를 외치는데 원가가 얼마인게 뭐가 중요한가?
모조치즈는 싫지만 비건치즈는 좋다. 이것이 마케팅과 프레임의 힘이다.
참고로, 위 비건치즈 성분표는 아래 페이지를 참고했다.
마케팅은 마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잘 된 마케팅은, 눈에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님을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만족한다.
완전히 동일한 제품도 포장을 멋들어지게 바꾸고 이런저런 스토리를 고급스럽게 입히면, 이전 가격보다 열배를 비싸게 팔아도 사람들은 만족스럽게 지갑을 연다.
그러나 '언제에 비해 얼마나' 올랐는지를 정확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그리고 어찌됐건 우리나라의 소비는 차갑게 식어가고 있으며 때문에 저희 같은 회사의 판매가격도 차츰차츰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눈에는 디스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 보입니다. 한국에서는요.
매번 지방 발령 받으니 주중에는 애를 볼 수가 없고, 그렇다고 봉급이 아주 넉넉해서 아내가 일을 안 하면서 둘을 계속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둘을 키우기가 너무 어려워서 로펌으로 이직했다는 말이다.
급여도 오르고, (검사 때 보다는) 애를 볼 시간적 여유도 많아서 이젠 살만하단다.
한글표시사항의 제품 함량 읽는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아래 제품을 예로 들자.
모짜렐라 치즈스틱 - 가나다스트링치즈 [자연치즈 55%(모짜렐라치즈 100%), 렌넷카제인, 기타등등]49.5%, 빵가루,기타등등
결론적으로 이 제품의 자연치즈 함량은 49.5% X 55% = 약 27.2%다.
가끔 내게 농담으로 '음식점 언제 내냐' 하는 분들이 있다. (설마 진심은 아니었으리라 믿는다.) 그럴 때마다 '제 실력은 가정용이라서요 ㅎㅎ' 라고 대답하고 있다.
다른 많은 것들과 같이, 요리 실력에도 가정용과 업소용이 있다. 둘을 나누는 핵심 키워드는 '품질유지'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니 순간순간에 합리적 결정을 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고방식이 있다.
하지만 세상은 정말 오묘하여 그 순간순간 최선으로 보이는 선택이 파국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본인이 유럽 유제품 회사의 경영자라면 아래 조건에서 어떤 판단을 할지 생각해 보자.
지난 주말 처가에서 이런 대화를 들었다.
장모님 : 나도 스쿠버다이빙 해보고 싶었다고...
장인어른 : 응? 잠수복 입고 바닷속 들어가는거?
장모님 : 그래!
장인어른 : 아, 해녀체험 하지 그랬어. 왜 그걸 여태 안 했대?
'프레이밍'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고민하던 내 머릿속에 전구가 켜졌다.
생활물가는 체감상 두 배로 올랐는데, (혹은 1년에 지출이 최소 $10,000는 늘었는데)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못했다. 당장은 지난 3년간 비교적 돈 덜 썼기에 쌓여있는 돈으로 비싼 물가에도 소비가 이루어졌지만, 이제 소비자들의 통장이 비어가고 있고, 카드 연체율도 늘고 있단다.
결국 미국은 국민도, 기업도, 정부도 빚낸걸 빚으로 막으며 빚더미 위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이게 지속될 수는 없단다. 특히 금리가 이렇게 높아진 상황에서는 더더욱.
덧붙여, 한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이 30% 이상 줄었는데, 올해 멕시코 경제가 매우 좋아서 그 쪽 수출이 35% 이상 늘었단다.
결국 물가에는 상승한 섹터와 하락한 섹터가 혼조된 걸로 보입니다. 또한 '여전히 비싸다'는 것도 사실이며, 라면가격 같은 건 한번 올리면 영원히 안 내리기 때문에 비싸졌다는 것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부담해오던 비용들의 이연된 상승을 제외하면 물가는 내리고 있습니다.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걸 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마케팅 팀장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멋지게 보이는 연출'에 대한 감각이 우리 디자이너보다 뛰어날 수는 없다. 때문에 디자인 관련해서는 나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웬만해선 디자이너의 의견을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파마산/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그라나 파다노 치즈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을 받는다. 'DK식품에서 레지아노 치즈는 안 파나요?' 라는 질문도 받은 적이 있다. 그 만큼 셋은 다른 듯 비슷한 듯 하다.
선요약 : 가격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그라나 파다노>파마산 순이지만 맛은 꼭 그렇진 않다.
이걸 다르게 표현하자면, 대략 물 52%, 식물성유지 21%, 정제탄수화물 21%, 섬유질 4%, 소금 2%를 뭉쳐놓았다는 것이다.
코코넛오일은 1톤에 100~150만원 정도 한다. 즉, Kg당 1500원. 전분들도 대게 Kg당 1000원 내외. 다만 혹시 모르니 둘다 넉넉하게 Kg당 2천원으로 치자.
다른 얘기지만, 이런 자료를 볼 때마다 우리나라의 먹성에 감탄한다. 자료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한국의 총 치즈 수입량은 일본 중국의 총수입량과 대충 비슷하다. 다른 말로, 5천만명이, 소득수준이 비슷한 인구 1.2억명이나 차이가 좀 있는 17억명이랑 비슷한 양을 먹고 있다. 인당으로 치면...
CPI가 꺾이고 PPI도 꺾이니 인플레 끝이고 주가는 올라갈거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은 말씀.
1. CPI, PPI가 상승할 때, 소비자가 느끼기엔 말도 안 되는 물가 상승을 느꼈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상승한 원가를 판매가에 제대로 반영 시키지 못했다.
사람은 세상을 보고 싶은 대로 본다.
유제품 판매하는 사람은 인플레이션이 심해서 소비자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니 Commodity Cheese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한다.
Commodity Cheese는 대량 생산되는 모짜렐라나 체다 블럭 같은 치즈를 가리키는 말로, 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상품치즈'라고 하겠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제품 원료가격이고, 생산비, 연구비, 운반비, 포장비 등등 각종 비용이 추가되어야 한다. 수입할 경우 관세도 내야하고. 그리고 그 비용은 회사 사정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함부로 추산하기 몹시 어렵다.
그럼에도, 이런 제품이 자연치즈보다 비싸게 팔리는 건 의아하지 않은가?
이것 참. 어느 치즈 생산 업체에서는 '앞으로 가격이 올라갈 것이 너무나도 명확하기 때문에, 우린 이 가격으로 네 컨테이너만 더 팔고 이제 가격 올려서 팔거다.' 라고 했다. 심지어 그 가격도 타사대비 비쌌다. 그런데... 그 고작 네 컨테이너가 일주일이 지나도록 안 팔리고 있다.
일하다가 문득, '돈이 무엇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돈은 사람을 일하게 만드는 것이며, 국가는 국민을 일하게 만들어 재화를 더욱 풍족하게 만들기 위해 화폐를 찍어내고 관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화폐의 총량은 꾸준히 증가해야 하고, 사람들은 트레드밀 타듯 그 위에서 계속 일해야 한다.
어제 저녁에는 프래질리스타 컨설턴트 친구를 만났다. 내 주변인 중 급여소득이 가장 높은 사람일텐데, 경영 전문가 답게 하는 말이 가관이다.
1. 경영을 할 때는 외계인의 침략, 전쟁, 코로나 같은 팬데믹,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블랙스완을 고려해서는 할 수 있는게 없다.
미국 피자시장의 매출액 증가율이 꺾이고 있다.
도미노는 성장률 목표치를 6-10%에서 4-8%로 낮췄고, 파파존스는 작년도 북미 매출은 1% 신장, 그 외 지역 매출은 5% 하락했단다. 판매단가를 올렸는데도 불구하고 매출이 이 정도라는 건, 실제 판매량은 상당히 감소했다는 것.
비범한 사람이 높은 자리에 앉게 되는 건가, 높은 자리가 사람을 비범하게 만드는 건가?
찾아오는 차가 너무 많다고 주차비를 받기로 한 휴게소가 있었다. 그 결과야 당연히, 손님들 모두 다 떠나고 입점업체등의 반발로 몇 달 후에 다시 무료로 전환.
이미 한참 된 헌소식이지만 그저 놀라울 따름.
유료구독하는 미국의 유제품 뉴스 사이트가 있다. 여기선 하루에 기사를 하나씩 올리는데, 오늘 기사 제목이 "South Korean Demands Weighs on Markets" 이다.
2023년 4월 미국->한국 유제품 수출량은 전년동기대비 38.7% 감소했으며 이는 2016년 이후 최저치다.
소금은 Kg당 500원이면 충분하겠지만, 나라마다 다르니 또다시 2천원으로 치자. 그 외 첨가물은 알 방도가 없다. 넉넉하게 Kg당 3만원 잡아보자.
물 52% + 2,000 X (21%+21%+2%) + 30,000 X 4% = 2,080/kg 가 나온다. 이것도 상당히 넉넉하게 책정한 가격이다.
프로모션 활동을 하면서 정말 피해야 하는 일은 돈을 쓰면서 없어 보이는 일이다. 돈을 안 쓰면 모를까, 이왕 쓰기로 했다면 몇 푼 아낀다고 없어 보이는 일을 하느니 아예 안 쓰는게 낫다.
11월 22일 ~ 25일 코엑스 푸드위크에 참석한다. 부스 내고 장비, 설비 대여하는 비용만 천만원이 넘는다.
버거킹, KFC와 거래하면서 알게된 건데, KFC는 우리가 납품하는 유제품의 원료가 되는 소들이 '5가지 자유'를 얼마나 누리는지를 물었다. 5가지 자유는 배고픔, 공포, 불편함(discomfort), 고통과 질병으로 부터의 자유와 평범한 행동을 표현할(express normal behavior) 자유라고 한다.
사장님이 상장을 염두에 두시고, 매출액 6백억에 영익 24억이면 기업가치를 얼마 정도로 평가받겠냐고 물어보셨다.
일반적인 영익률 4%짜리 국내 식품기업이면 멀티플 8배 이하로 약 200억 미만이 될 것이고, 성장 기대감을 잘 끌어올리면 30배로 720억까지 가능할 것 같다고 답을 드렸다.
프레이밍의 강력한 힘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는데 '모조치즈=비건치즈다' 라고 주장한 것으로 오해받고 있는 듯 하다. 왜 그런 오해가 생겼을까 고민하다가, 아래와 같은 그림을 그렸다.
예전에는 치즈가 아닌데 치즈를 모방한 모든 제품을 모조치즈(Cheese Analogue)라고 불렀다.
솔직히 지금까지 내가 올린 모든 트윗중에 가장 영양가 있는 타래가 이걸텐데 조회수가 너무 안 나와서 안타깝다.
"월급의 60%를 먹는데 쓰는 치과의사"라는 키워드가 빠져서인가? 먹는 건 그대로 먹지만 월급이 올라서 이젠 60%까지는 안 쓰는 대만 치과의사의 타이베이 맛집 추천타래
음식을 그냥 맛있게 만드는 것도 쉽다고는 못하겠지만, 맛을 일정하게 내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때문에 나의 실력은 어디까지나 가정용이다. 내 요리의 목적지는 일정한 맛이 아닌 즐거운 식사이며, 짜면 물 붓고 싱거우면 소금 치며 목적지에 도달만 하면 된다. 업소용은... 난 못해 정말.
항해중 컨테이너가 고장나서 온도가 들락날락했던, 그래서 (우리 동의없이) 컨테이너 갈이를 해서 들어온 치즈가 결국 오늘 폐기됐다. 폐기 확인 동영상을 보면서 본부장님은 슬프다며 우셨다. 자그마치 22톤의 치즈다. 보험처리를 해서 금전적 손해는 거의 없지만 마음이 아픈 건 다른 일이다.
그러게 말이다. 때문에 사모펀드에서 외식업체나 우리 경쟁사 같은 회사를 인수하면 재밌는 일이 발생한다 :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장사한다. (물론 이런 경향이 있다는 것 뿐이지, 다 그렇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파격적인 할인이 거의 상시로 연중내내 적용하거나 뭘 많이 껴주거나 하며,
삶의 무거움이란.
벌써 18년지기가 된 친구 둘이 있다. 학교 다닐 때는 매주 1회 이상 같이 술을 마셨고, 졸업하고도 꽤 오랫동안 한 달에 한 번 정도 같이 만났었다.
하나 둘 결혼을 하고, 애가 생기고, 또 누구는 병도 걸리고, 그러다 보니 분기에 한 번 겨우 만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