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덩!>이 출간되었습니다. 수영 그림들을 통해 휴식을 전하고, 휴식을 통해 그 이상을 말하는 책입니다. 푸른 물과 여름을 사랑하는 분,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 지금 당장 휴식이 필요한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이 책을 쓰면서 저는 조금, 아니 꽤 가벼워졌습니다. 여러분도 그러하길 바랍니다.
10살 어린이 친구가 오늘 내게 한 가지 비밀을 알려주었다. “그거 알아? 별로 안 웃긴데 미친 듯이 웃으면 진짜로 웃음이 나고, 밥맛이 그냥 그런데 맛있게 먹는 척을 하면 진짜 맛있어져. 그리고 슬퍼서 눈물이 날 것 같은데 신나게 춤을 추면 눈물이 쏙 들어가. 이건 비밀인데, 척하면 진짜가 돼.”
무겁게 사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습관이다. 너무 심각하게 살 필요는 없다. 매사에 비장하게 임하면, 사람이 예민해지고 불안해지며 피곤해진다. 삶이 경직되고 쪼그라든다. 의식적으로라도 가벼워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소한 일에 날카롭게 반응하지 않고 무던히 넘길 줄 알아야 하고,
감정은 버릇이 된다. 불안을 부풀리는 것, 걱정을 사서 하는 것, 분노를 외면하는 것, 슬픔에 침잠하는 것, 기쁨을 억누르는 것, 행복을 부정하는 것, 이런 감정 처리 방식이 반복되고 쌓이면서 오늘하루, 일상, 심리상태, 사고방식, 그리고 인생 전반에 자리 잡는다. 그것들에 길들여지고 지배받는다.
무겁게 사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습관이다. 너무 심각하게 살 필요는 없다. 매사에 비장하게 임하면, 사람이 예민해지고 불안해지며 피곤해진다. 삶이 경직되고 쪼그라든다. 의식적으로라도 가벼워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소한 일에 날카롭게 반응하지 않고 무던히 넘길 줄 알아야 하고,
생각해 보면 모든 사랑은 성실하다. 아끼는 책의 구절을 노트에 필사하는 것,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이나 영상을 편집하는 것, 퇴근길에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기는 것, 주말마다 화분에 물을 주는 것, 누군가와 나누어먹으려고 스콘을 넉넉히 굽는 것, 노래를 잘하고 싶어서 꾸준히 연습하는 것,
사람은 습관대로 산다. 식습관, 수면습관, 생활습관, 운동습관, 경제습관, 사고습관, 언어습관, 행동 습관 등이 쌓여 한사람의 삶을 구성한다. 사람은 결코 습관에서 벗어날 수 없고, 평생 자기 습관에 종속되어 살아간다. 문제는 나쁜 습관은 쉽게 생기지만 좋은 습관은 쉽게 생성되지 않다는 것.
많은 물감의 색채는 우연의 산물이다. 버디그리스그린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와인을 만들다가 처음 발견했고, 네이플스옐로는 ‘나폴리노랑’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나폴리 인근의 베수비오화산토에서 채집되었다. 납주석황색은 중세 유리 제조과정에서 중금속들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탄생했고,
인생은 제철 음식과 같다. 비닐하우스 재배로 사계절 내내 딸기를 먹을 수 있지만 딸기는 봄에 먹어야 제맛이고, 향긋한 두릅을 냉동실에 얼려두었다가 나중에 먹을 수도 있지만 이미 그때는 향이 사라져 있듯 모든 것에는 알맞은 때가 있다. 그 시절에만 가능한 것들이 삶에는 존재하며,
고흐, 모네, 피카소, 달리, 샤갈, 드가, 쇠라, 칸딘스키의 팔레트다. 화가에게 팔레트는 단순한 미술도구가 아니다.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화가의 성격과 습관, 색에 대한 호오, 취향, 작업방식, 화풍, 가치관까지 전부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체로 아름답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기대하지 않는 법을 익힌다. 늦었을까 봐 배우지 않고 실패할까 봐 먹던 메뉴만 시키고 실망할까 봐 최신 노래를 듣지 않는다. 거절될까 봐 다가서지 않고 상처받을까 봐 믿지 않고 이루어지지 않을까 봐 단념한다. 그렇게 점점 더 기대를 제하며 기대하지 않는 법에 익숙해진다.
어떤 일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일을 완성하는 것이다. 습작만 하면 계속 습작만 하게 되고 미완성 그림만 그리면 실력도 미완성 상태에 머물게 된다. 완벽하게 부풀어 오른 밀가루 반죽이라도 굽지 않으면 빵이 아니듯 완벽에 가까운 밑그림이라도 완성하지 않으면 작품이 되지 못한다.
휴식도 습관이고 능력이다. 쉬지 못하는 사람은 계속 쉬지 못한다. 그들은 갑작스러운 휴식에 당황하고 불안해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낸다. 쉬면서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연거푸 초조해하며 조금의 여유도 못 견딘다. 쉬어본 적도 없고, 쉬는 방법도 모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있다. 각종 계약서 작성법, 자기에게 맞는 전공 찾기,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증거확보, 올바른 피임법, 돈의 가치와 중요성, 소비자의 권리와 책임, 세금의 종류와 쓰임새, 요리, 청소, 세탁, 설거지 등 기본적인 가사노동, 건강한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법,
뻔한 말에 대해서는 아끼는 것보다 헤픈 편이 낫다. “고마워요. 미안합니다. 수고하세요. 응원할게요”같은 말이 뻔하다는 이유로 하지 않으면 뻔한 말을 안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된다. 누군가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힘을 얻고, 누군가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하루를 견딘다.
관계는 끊임없이 재정의된다. 서로의 노력을 통해서. 변하지 않는 관계란 없고, 영원히 처음 같은 관계란 환상이다. 계속해서 서로를 살피고 다가가고 배려하고 존중하고 대화하고 기다리고 마음을 표현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 모든 노력들이 결국 하나의 관계를 만들어간다. 이런 노력들에 의해
좋았던 것에 대해서는 간단하게라도 기록해둔다. 어제 본 하늘이 예뻤으면 그 모습을 사진으로, 오늘 들은 노래가 아름다웠으면 그 가사를 메모로, 또 지금 부는 바람이 상쾌하면 그 순간을 소리로 기록한다. 그렇게 근사했던 음악, 훌륭했던 책, 흥미로웠던 장소, 찬란했던 풍경, 즐거웠던 만남 등을
평범한 일상이 그립다. 저 멀리 해외여행을 가거나 성대한 축제를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작고 사소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일상이 절실하다. 집 근처 빵집에서 시식용 빵을 맛보며 빵을 고르는 주말 아침, 동네 목욕탕에 터덜터덜 가서 목욕 후 맞는 차가운 바깥공기, 친구와 목적 없이 만나
모든 사람은 한 개의 삶을 산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누구도 여러 개의 삶을 살지 못한다. 여러 개의 삶을 사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그건 예술이다. 우리는 그림을 감상하면서 19세기 프랑스 파리에서 민중을 이끄는 혁명가가 되고 영화를 보면서 악당 세력에 맞서 싸우는 특수 요원이 된다.
수영하는 순간에는 수영을 할 뿐이다. 수영하는 도중에는 갑자기 10년 전 일을 떠올리지도 않고, 문득 누군가를 그리워하지도 않는다. 알 수 없는 불안을 부풀리지도 않고, 스스로를 비난하지도 않는다. 수영할 때는 수영만 한다. 때로는 그것이 우리를 살게 한다. 『풍덩!』 中
요즘 자주 쓰는 초록색들이다. 옐로이시 그린, 샙 그린, 올리브 그린, 코발트 터쿼이즈 그린, 그린 라이트, 시나바 그린 딥, 퍼머넌트 그린 페일 등등. 이맘때쯤 초록색을 보면 파블로 네루다의 이 시행이 생각난다. “녹색은 침묵이었다. 빛은 촉촉하게 젖었고, 6월은 나비처럼 파르르 떨렸다.”
날이 갈수록 사람이 전부라는 생각이 든다. 일도 꿈도 삶도 그 모든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곁에 두는 것, 나 역시 그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그들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의 다인 것 같다. 결국 좋은 인생이란 좋은 사람들이 많은 인생일 것이다.
감정도 자꾸 훈련해야 한다. 외국어를 공부하듯 감정도 학습하고 연마해야 한다. 어렵더라도 연습하고 단련해야 한다. 계속 실험하고 연구하고 개선해야 한다. 꾸준히 살피고 다스리고 관리해야 한다. 수많은 실패와 방황과 성장을 거듭하며, 결국 인간은 이것을 평생에 거쳐 배워간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할 때 최상급 표현을 쓰는 사람에게 반하곤 한다. ‘이건 올해 읽은 책 중에 최고야’라거나 ‘제일 사랑하는 내 인생 영화야’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에게 끌린다. 좋아하는 마음을 축소하고 억누르기보다 약간 과장할지언정 그 마음을 숨기지 않는 것, 앞뒤 제거나 계산하지
사람은 결국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이가 없어도 노키즈존에 반대할 수 있고 동물을 보지 못해도 동물원 폐지에 찬성할 수 있다. 귀찮고 힘들어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고 다리가 아파도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 있다. 내가 가진 부를 필요한 이에게 나눌 수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삶이 매일 행복하거나 즐거워서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버텨온 시간이 아까워서,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서, 나를 믿어주는 사람에게 상처 주기 싫어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아름다워서, 도서관에 반납해야 할 책이 있어서, 냉장고에 내일 먹을
‘모든 것이 중요하다’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동시에 견지하는 게 삶에 대한 좋은 태도다. 삶이 부질없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는 ‘모든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삶이 크고 무겁게 여겨질 때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전자는 삶을 충실하고 의미 있게 만들고
뜨거웠던 순간이 있는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단 한 번이라도 그런 순간을 경험해본 사람, 그 순간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계속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이 성공했든 실패했든 꿈을 향해 미친듯이 열정을 쏟았던 순간, 그것이 이루어졌든 이루어지지 않았든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순간,
물감색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색표를 만들어서 색을 비교하곤 한다. 비슷한 계열의 색이라도 조금씩 차이가 있고, 같은 이름의 색이라도 물감 회사별로 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부터 화가들은 자신만의 색표를 만들어서 연구했는데, 그 시작은 1692년 네덜란드 예술가 부거트A. Boogert의
‘모든 인간은 죽는다’라는 전제가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인간은 죽기 때문에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그림을 그린다. 죽음이 두려워 사랑을 하고 기도를 하고 음악을 듣는다. 죽을 걸 알지만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죽을 것이지만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죽음을 무릅쓰고 타인을 구하고
유머 감각은 정말 특별한 재능이다. 기술적인 면도 그렇지만 태도 면에서 더욱 그렇다. 유머러스한 사람은 단순히 재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예리한 눈과 넓은 마음, 그리고 겸손한 자세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이다. 그런 이가 선사하는 유머는 언제나 근사하고 유쾌하며 따뜻하다.
한때 전부였고 영원하리라 믿었던 것이 별게 아니게 되는 시점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 우정을 맹세했던 친구 사이는 세월에 따라 아무 이유 없이 멀어지고, 사랑했던 연인 관계도 서로에게 소홀해지며 어느 순간 끝이 난다. 가슴에 품었던 꿈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나와 맞지 않음을 깨닫게 되고,
세상의 꽤 많은 문제들은 그냥 흘려보내는 것으로 해결된다. 그러니 괜한 것들에 일일이 반응하거나 동요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들에 집중해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는 없다. 나에게 해로운 것들이 나의 세계를 뒤흔들게 내버려두지 말자. 파도가 바다를 정화하듯,
반려동물을 키울 때의 책임감, 젠더 및 인권감수성, 유권자의 투표참여, 장례식장 예절, 비즈니스 메일쓰기, 거절하고 또 거절을 받아들이는 법 등등. 언뜻 사소해보일 수 있으나 조금만 운이 나빠도 삶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이다. 왜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들은 모조리 독학일까.
좋은 기분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예전에는 기분이 다운되거나 별로이면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고 그 기분에 잠식되어 스스로를 갉아먹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를 기분 좋게 하는 법을, 적어도 나쁜 기분에서 구출하는 법을 안다. 울적한 날에는 미뤄 뒀던 빨래를 하며 마음을 정화하고 눈물이 날 것
딱 그 정도까지 말하면 딱 그 정도에서 돌아서게 되고 잠자코 있으면 영원히 말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계속해서 말해야 한다. 자꾸 입 밖으로 내뱉어 전해야 한다. 당신을 응원한다고, 이해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이란 없다. 『나의 사적인 그림』
농담이 아니다. 인간은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쉬어야 한다. 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쉬어야 한다. 쉬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게으름도, 뒤처짐도, 무책임도, 시간 낭비도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휴식을 허락해야 한다. 삶에 있어 휴식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혼자 있기 좋은 방』
관계는 지속되고 발전하며 재확립된다. 현재진행형의 노력이 없으면 관계는 과거형이 된다. 예전에 친했던 사람, 사랑했던 사람, 소중했던 사람, 그러나 지금은 아닌 사람이 된다. 노력을 멈추는 순간 관계도 멈춘다. 그러므로 노력해야 할 때 노력해야 한다. 노력할 수 있을 때 노력해야 한다.
일은 소중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루어진 인생은 공허하다. 아무리 일을 사랑한다고 해도 적당한 만큼만 일에 나를 할애해야 한다. 전적으로 일에 매어 스스로를 갈아 넣지 말아야 한다. 일 하나에 내 전부를 갖다 바치면 곤란하다. 일은 일일 뿐이다. 일이 삶이 되어서는 안 된다.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난하고 힘겨운 과정이 필요한데,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하면 습관은 내 것이 되지 않는다. 습관을 갖추는 데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기준점을 너무 완벽하게 잡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매일 해야 습관이 형성되지만, 하루 이틀 하지 못했다고 해도 중단하지 않고
어떤 일을 하면서 그 일이 잘 안 풀리거나 막막할 때는 '어떻게'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내가 왜 이 일을 왜 하는지'처럼 거대한 이유를 찾지 말고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처럼 모호한 질문은 미뤄두고 '내가 어떻게 이 일을 할지'처럼 구체적인 방법을 떠올리는 것이다. '어떻게'를 생각하면
모브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키니네를 만드는 실험을 하다가 실수로 얻은 자주색 용액에 들꽃이름을 붙이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티리언퍼플은 우렁이를 씹어 먹은 개의 입이 보라색으로 물든 것을 보고 찾았다는 설이 전해지다가, 19세기 중반 프랑스 동물학자 라카즈 뒤티에가
휴식을 허락하지 않는 한, 주말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군다고 해서, 제주도에 가서 한 달간 산다고 해서 제대로 쉬었다고 보기 어렵다. 어디에 있든, 얼마의 시간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마음 놓고 쉬는 것. 나 자신에게 온전히 휴식을 허할 때, 진정한 쉼에 다다를 수 있다. 『풍덩!』 中
누군가는 수고하라는 말 한마디에 오늘을 살고, 누군가는 응원한다는 말 한마디에 내일을 꿈꾼다. 설령 그것이 인사치레라고 해도, 어쩌면 위선이라고 해도 뻔한 말로 인해 누군가의 마음을, 시간을, 그리고 삶을 구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 뻔한 말은 없는 것이다. 뻔한 태도만이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