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가 당선했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유토피아가 됐을리는 절대 없다. 그러나 적어도 아직 임기도 시작하지 않은 선출직 공무원이 '어디서 일하고 먹고 잘 것인가'란 문제로 온 나라가 이렇게 무의미한 사회적 비용만 허비하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하루 수백 명이 코로나로 사망하는 가운데.
어른이 되고 들은 조언 중 아주 인상적이었던 건, 삶의 중요한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축하/위로의 말을 할 땐 좀 판에 박힌 말을 해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글을 끄적였던 때문인지 난 그런 상황에서도 뭔가 독창적인 말을 하려 드는 경향이 있었는데, 가까운 지인이 그러지 말라고 해 준 것.
계속해서 '용산으로 가도 괜찮은' '국방부를 해체해도 사실 별 피해가 없는' 근거만 제시하는데 왜 청와대에서 단 하룻밤도 머물지 않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국민과의 소통' 같은 세상에서 가장 허황된 논거만 제시하고 있으니 사회적 비용 허비가 멈추지 않는 것이다. 정확한 이유를 물어야 한다.
[82년생 김지영]의 역설. "한국이 저 정도는 아니다"던 사람들도, 이제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됐을 것이다. 한국은 여전히,
[여성이 글자를 읽었다는 사실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는 남자들]
이 이렇게나 많은 사회다. 이 현실을 직시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밀양 성폭행 사건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사건을 한국 인터넷이 기억하는 방식은 참 기이했다.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를 공격하고 가해자를 적극 옹호한 책임있는 위치의 남자 경찰들은 모두 잊혀지고, 당시 미성년자였던 가해자 친구 여성만이 현직 경찰이란 이유로 온갖 비난을 받곤 했었다.
단독 캠핑 영상을 자주 올리는 일본 여성 유튜버가 긴급사태선언 기간에 과거에 촬영한 영상을 올리자 어김없이 출동한 인터넷 자경단이 악플을 달았고, 이 유튜버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 환경에서 촬영했습니다. 이 산은 제가 구입한 사유지입니다.]
라고 받아친 것이 올해 최고로 멋진 장면이엇다.
반려동물 사망을 이유로 회사를 하루 쉬고, 그 영향으로 다른 사원이 일주일간 고생해야 한다면 동료로서 그 휴가에 동의하냐는 질문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이유를 막론하고 사람은 하루를 쉬고 싶을때 쉴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그런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로의 휴가를 품평할게 아니라.
Q. 수어 통역 때문에 집중이 안 된다는 민원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A. 무시한다.
Q. 점자블럭이 통행에 방해된다는 민원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A. 무시한다.
공공기관의 의무는 민원을 제기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 수령한 민원을 읽는 것 까지다. 그 뒤는 상식에 맞춰 대응하면 된다.
난 내가 실수했을 땐 먼저 사과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란 신념을 갖고 있다. 내가 이렇게 믿게 된 건 지금까지 내 사과를 받아줬던 분들이 대체로 매우 관대했고, 덕분에 이후 일의 진행이 순조로웠기 때문이다. 니 잘못을 인정했으니 목을 물어뜯어주겠단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 난 달라졌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 그러니까 대한민국에 외교란 것이 남아있던 시절에는 이런 장면도 있었다. 호주와 중국은 당시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직전에 호주를 국빈 방문한다. 이 시점에 한국은 호주에 K9 자주포를 팔기로 결정하고, 올림픽 보이콧은 거부한다.
평균에 관한 추억. 중고등 시절을 아르헨티나에서 보냈다는 친구와 축구를 한 적이 있다. 줄곧 아르헨에서 제일 축구 못하는 동양인이라고 놀림받았다며 썩 내켜하지 않는 표정으로 운동장에 나왔는데, 경기가 시작하는 순간 당시 아직 살아계시던 마라도나가 대한민국의 운동장에 현신하신 줄 알았다.
저는 국민의힘 후보를 당선시킨 뒤 고쳐 쓰겠다거나 심지어 마음에 안 들면 탄핵하면 된다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치인의 '민주적 정당성'은 생각보다 무거운 것이고 그걸 뒤집는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한 번의 성공은 아무것도 담보하지 않습니다.
홍대 도촬 사건의 가해자(여성)는 실형을 살았고, 피해자(남자)는 형사합의를 거부하고 민사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2500만원을 받아내게 됐다.
N번방 사건 가해자 중 단 한 명이라도 이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거나 적은 돈으로 합의한 것이 양형에 반영된다면, 한국의 사법에 정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의도치않게 출퇴근이 시민들 목격담으로 실시간 공개돼버리고 그래서 '저렇게 오래 쉬는 거냐'는 말이 나오자 '당연히 집에서도 일한다'라고들 반박하는데, 보안을 위한 장비를 그 사이 얼마나 옮겨놓았는지 몰라도 주거용으로 만든 집에서 국가기밀을 논한다면 그것이 더 위험한 일이다. 차라리 쉬길.
국민의힘은 '정권을 교체해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정권을 교체해 주겠다'
는 단 하나의 구호로 대선에 승리했다. 그 승리는 국민의힘의 능력도 물론 중요했지만 사실 '문재인 정권 치하는 지옥이었다'는 명제를 이유불문 참으로 만들어낸 언론의 역할이 컸다.
제가 호신용품으로 주로 추천하는 건 손전등입니다. 이유는 간단한데, 그 어떤 무예의 달인도 눈을 단련할순 없습니다. 누구든 매우 많은 빛이 눈으로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면 앞을 보지 못하게 되고, 그 사이 도망갈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호신용으로 개발된 튼튼하고 광량 많은 제품을 추천합니다.
<밀양연합 고교생 등 44명(실제 100명이 넘는다는 말이 있음)의 청소년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
이딴 판결 내린 '황진효 전 판사'는 현재 부산 지역 각종 사건 맡고 있는 '법무법인 국제'의 변호사로 활동 중입디다. '국제'요? 부산에서 진행된 '오거돈' 재판 등에서 피고인 변호한 법인입니다.
냉전을 경험한 세대가 아직 사회 주류에서 완전히 퇴장하지도 않았는데, 자칭 미국의 보수라는 정치인 트럼프, 언론사 폭스뉴스, 방송인 터커 칼슨이 정말이지 '신이 나서' 열성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을 옹호하는 걸 내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믿기 어렵지만 현실이다.
문재인 정권 당시 '중국에서 코로나가 창궐했는데 국경을 빨리 닫지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 친중정권 물러나라'는 프로파간다가 2년 이상 횡행했다.
저 기준이라면 지금 중국발 폐렴 보도 만으로도 이미 지난주에 국경을 봉쇄했어야 한다. 그러나 책임있는 언론 누구도 현 정권에 이걸 묻지 않는다.
사람들이 왜 장동민의 '농담'에 웃지 않는지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2013년에 발생한 15사단 노소령 성추행 사건이 딱 이 구조였다. 남자 소령이 여성 대위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고 거절하자 가혹행위라는 불이익을 줘서 결국 대위를 자살로 몰고 간 사건.
@chtvn
가세연의 난동을 지상파에서 바로 다루지 않은 건 잘 한 대응입니다. 괜히 현장으로 뛰어가 합세할 사람을 늘려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까요. 이런 건 현장이 정리된 뒤 단신/해프닝처럼 보도하는 편이 낫습니다. 관심이 저들의 수입원이니까요. 개표가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잘 감시하면 됩니다.
“매달 삭제 의뢰를 받는 건수는 평균 50건, 1년이면 600건"
여성이 피해자인 도촬사건은 삭제 의뢰가 들어온것만 연간 600건이었지만 피해자가 남자인 사건의 1/100도 보도되지 않았다.
정말 한국 사회가 피해자 성별과 상관 없이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방역패스에 관한 별의 별 악담을 다 읽었다. 그걸 보도라 불러주긴 힘들고 그냥 악담이었다. 정작 방역패스가 없어지니 옆 테이블 사람도 신뢰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안전을 위해 외출 자체를 줄이는 길을 택했고, 자영업자들은 '적었던' 고객이 '없어지는' 상황을 겪고 있지만 딱히 주목받지 않는다.
종전선언이 나온 날 탁월한 커리어를 가진 한 여성 아티스트는 사상검증을 당하고 있었다는 건 여러 모로 상징적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민주국가였지만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것에는 일정한 비율로 실패했다. 나는 사상검증을 옹호하는 자가 이렇게 많은 민주국가가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믿기 어렵다.
한국 언론이 신념을 가진 안티백서 집단이었다면 지금보다는 덜 화났을지도 모른다. 그럼 그걸 기준으로 설득이라도 가능했겠지. 한국 언론의 진짜 문제는 코로나가 약세를 보이면 정부가 백신으로 국민을 죽인다고 외치고 코로나가 강세를 보이면 정부가 백신 안 줘 국민을 죽인다고 외치는 것이다.
웃긴 노릇이다. 난 트위터에서 여성의 권리에 대한 발언을 자주 하는 편인데, 내게 직접 비판 멘션을 하는 자는 거의 없다. 내가 인터넷 상에 밝힌 내 프로필은 남자고 군대를 다녀왔다 정도인데도 그렇다. 한편 현직 변호사임을 밝힌 여성 트위터 유저에겐 심심찮게 시비조의 멘션이 가는걸 목격한다.
4.3과 5.18을 국가가 지속적으로 기억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가능한 최고의 예우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사건 가해자가 대한민국 정부이고 현정부가 그 정통성을 잇고 있기에 정부의 사죄와 예우가 멈추는 순간 반드시 '그 사건은 사실 잘 알고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궤변이 나오기 때문이다.
독창적인 무언가가 필요없는 상황에서 창의력을 발휘하려 드는 건 경우에 따라선 위험한 일이며, 특히 관혼상제급의 상황에 처한 상대방에게 건네는 인사가 정해져 있는 건 그 말이 상대에게 가장 실례가 안 되는 말이라는 걸 사회가 오랜 경험을 통해 합의했기 때문이란 걸, 저 조언을 듣고야 알았다.
현 정권의 저 수많은 '국빈방문'이 잘 봐줘야 국내용이고, 사실은 한 부부의 자긍심을 채우기 위해 혈세가 낭비되는 비참한 행사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번엔 그 과정에서 외교적 추태를 부리다 대사가 초치까지 됐다.
조선일보는 침묵한다. 이런 비겁하고 저열한 자들이 과연 언론일까.
이후의 내 삶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치명적인 실례 10건 정도를 줄여준, 실로 천금으로도 사기 어려운 조언이었다. 저 말은 성의 없이 판에 박힌 말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축하/위로를 한다 하더라도 괜히 창의성 발휘하려다 실수할 확률이 높은 상황이란 것이 있으니 주의하란 말이었다.
"결국 다 똑같다"는 패배론이 멋있어 보였겠지. 그래서 "다 똑같지 않다. 민주당의 정책은 다르다"는 말이 위선과 눈속임으로 보였을 것이고. 그렇게 생각해서 찍은 표도 유권자의 표다. 이제 정권교체라는 가장 큰 목표는 이룩했고, 기나긴 청구서의 첫 줄을 읽었을 뿐이다. 약한 모습 보이지 마시길.
내가 여성의 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여러 계기 중 하나가 바로 [밥 차려주기]였다. 무려 21세기에도 그런 일들은 심심찮게 있었다. 우리와 즐겁게 식사를 하던 여자인 친구가 가족의 전화를 받고 분을 참지 못하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 가족의 [밥을 차려주러] 집으로 향하는 일들 말이다.
남은 대선 기간 꾸준히 반복할 이야기.
1. 누구를 찍든 개인의 자유입니다.
2. 투표하지 않는 것도 자유라면 자유입니다.
3. 투표는 하지 않을 거지만 사회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으면 그땐 남 탓을 하겠다는 건 비겁한 발상입니다.
4. 정치혐오를 통해 얻을 건 더 나쁜 후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