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미넌 참새 수인 밍 X 대학생 원
인생이란 뭘까..
때아닌 새춘기가 와 참새로 변해 공원에서 쉬고 있는 민을 발견한 건, 밤샘 과제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 원.
눈앞에서 참새밍이 모래 목욕하는 걸 보고, 원은 저도 모르게 안경을 닦으며 구경하고 있었음.
- 귀엽다...
#민원 #미넌 외전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제 능력보다는 주변 분들의 노력이 더 컸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인사를 끝으로 공식적인 선수 생활은 끝이 났지만,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전 프로, 현 게임 스트리머 전웑우는 이제 시작이었지.
뜬금없는 말에 믽규는 그게 무슨 소리야? 하면서 헝클어진 웑우 머리를 정리해줘.
"이런 거 말고."
"응?"
"나도, 나도 남잔데."
얼굴이 빨개진 웑우가 방으로 도망가 문을 잠갔어. 혼자 남아 벙쪄있던 믽규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웃음이 터져.
아, 미치겠다. 전웑우가 귀여운 거 나만 알겠지.
그 생각은 곧 깨짐.
- 웑우형, 그거 알아요? 나 게이야.
- ...그래서? 아, 집에 남자 새끼 불러서 붙어먹을 생각은 하지 말고.
- 그럼, 그거 말고는?
- 적당히 해. 네 옆에 붙어 있으라는데, 내 앞에서 할 생각이면 안 말리고.
그러자 믽규가 베개에 몸을 기대 누웠음.
그리고 다음 날, 퇴근하고 맥주 한 캔 하고 있는데
'알림 : Boiii 웑우님의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믽규의 몸이 컴퓨터 앞으로 향함. 웑우 방송 보려고 산 커다란 모니터에 나지막하게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곧바로 큐를 돌리는 웑우의 얼굴이 구석 작은 캠 화면으로 보임.
여전히 믽규는 삐지면 참새로 변해 처음 만난 그 공원으로 가고, 웑우는 공원에서 "믽규야- 민아-"부르지만, 여전히 믽규를 못 알아보고.
“웑우형, 다른 참새들보다 조금 더 크고 깃털이 윤기 나는 게 나라니까? 어떻게 아직도 날 못 알아봐? 서운하다. 정말”
해도 손잡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
믽규가 웑우를 알게 되는 건, 자기를 찍는 팬 전웑우 말고 작가 전웑우가 먼저겠지...
평소 카메라 만지작거리는 거 좋아하는 김믽규, 주변 지인 소개로 웑우 전시회 가게 된 거. 아는 작가인데 느낌 좋다고, 해외 나가서 너도 이런 사진들 많이 찍으니까 보러 가는 거 어떠냐고 하는 추천으로.
심심해요.
믽규 웑우 태어날 때부터 같이 커서, 형아가 밍구 울 때마다 뽑뽀해주면 뚝 그치는 거.. 그 버릇 멋 고치고 계속 가는 거.
사귀지도 않는데 믽규 술마시고 집 들어와서, “형, 나 헤어졌다...?” 하면서 울컥하는데 웑우가 뽑뽀로 달래주는...
그런 상상을 하는데도 심심해요.
연습 시간으로 알고 있어서 답장 바로 올 거라고는 기대 안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답장이 옴. 심플한 답장이 딱 전웑우 같은데, 그 와중에 꼬박꼬박 형님이라고 부르는 게 너무 귀여워.
형님... 뭔가 덩치 좋은 애들이 쓸 것 같은 단어인데, 웑우가 쓰니까 좀 애칭 같고 나쁘지 않은 것 같음.
"믽규야, 우리 아가 태명 짓자."
"아, 그래. 뭐로 짓는 게 좋을까."
"히이알루오론스안"
"인어 언어야? 무슨 뜻이야?"
"아니, 히알루론산."
왠지 많이 촉촉할 것 같은데. 그건 좀 그렇지 않나.
"하늘...로 할까?"
"히알루론산."
"우리 그냥 태명 짓지 말자."
그렇게 게임도 안 하는데 보는 눈은 늘어서, 의문의 겜잘알이 됨.
근데 집에서 보기만 하니까 직관도 가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피씨방가서 티켓팅이라는 걸 처음 해봄. 당연히 광탈. 회사 퇴근 시간 다음 경기나 주말 경기마다 시도하다가 결국 성공함.
와, 나 직관 가는 거야?
그러다가, 믽규가 승아의 목욕을 맡은 날이었다.
철썩. 물이 믽규의 얼굴을 덮쳤다.
"어푸푸..."
갑작스러운 물 따귀에 정신을 차리는 사이, 철썩. 챱. 익숙한 미끄럽고 축축한 것이 믽규의 뺨을 때려왔다. 눈앞에 보이는 건 짙은 보라색의 꼬리였다.
짜잔, 이 집에 인어가 둘이 되었습니다.
정말로 그 순간, 웑우만큼이나 기뻐하며 울먹이고 있던 믽규가 중계 카메라에 잡혔지만 세상의 편견으로 팬심으로 포장되었겠지.
사랑하는 사람이 공개적인 곳에서 저렇게 자신을 향한 마음을 비춘다는 게 벅차올라서.. 팀 뒷풀이에 가기 전, 둘이 짭쪼름한 눈물 맛이 나는 키스를 나누고
눈앞에서 전웑우가 웃는 걸 보니 뭐, 정신이 제대로 들겠어? 스턴 걸려서 어버버하다가 다음 사람 차례라고 밀려났음. 그렇게 와... 와.... 만 외치다 집에 도착했음.
오늘 경험해 보니 깨달은 거, 직관은 어떻게 해서라도 가야 한다는 거. 다음은 사진이다... 전의를 불태움.
그 말에 둘 다 얼굴 붉어졌을 듯. 웑우 고개 푹 숙이고 "감사합니다..." 작게 대답하고. 믽규도 민망해서 "진심이에요. 정말로..." 답지 않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고.
톡하고 건들이면 터질 것 같은 그런 얼굴로 서로 우물쭈물하다가, 믽규가 고백 비슷하게 말할 것 같음.
그러고는 방금까지 제가 누워있던 침대에 앉았음.
- 와, 방 되게 작다. 내가 여기서 자면 되는 건가?
지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머리를 짚는데,
- 아빠가 아저씨랑 있으라던데. 들었죠? 근데 아저씨라기엔 좀 젊네? 형이라고 해도 되나.
- 말이 짧네.
- 형도 편하게 말 놔요.
믽규가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집은 믽규가 나가기 전과 똑같음. 뭐 하나 바뀌는 법 없이.
급하게 나가느라 열고 간 옷장 문도 그대로, 아슬아슬하게 식탁 끝에 있던 컵도 그대로. 딱 하나 빼고. 식탁에 차려 놓은 웑우의 점심이 조금 줄어져 있는 거 그거 하나 빼고.
그렇게 전웑우에 대해 검색해 보고 경기가 있는 날이면 실시간으로 보고, 개인 방송도 보기 시작했을 듯.
mg0406 : 와 형 무빙 미쳤다
mg0406 : 플도 안 쓰고 이걸 흘리네
채팅 열심히 치는데 워낙 채팅창이 활발해서 눈에 탁 띄지는 않았지만, 방송 보는 사람이면 웑우 갠방 만날 오는 거 알 정도.
원래는 믽규가 먼저 연락하면 답장하고 그랬는데, 어느 날부터는 웑우가 먼저 연락하기도 했을 듯.
[ 형님, 직관 안 오세요? ]
[ 시간 될 때 말해주시면, 제 앞으로 받을 수 있는 표 드리고 싶어서요. 다른 이유는 아니고 감사해서. 😁 ]
그래서 믽규 처음으로 초대표로 직관도 가봤음.
제발 이겨라, 이겨라. 오늘 이기면 팬미팅 있는 날인데 제발 이겨달라고... 믽규의 간절함이 닿았는지 선두를 다투던 팀인데 2:0 으로 이김. 팬미팅 장소로 가서 웑우 줄에 서서 기다리는데, 막 심장이 터질 것 같음.
선수들이 등장하고 앞에 하나씩 줄어들자 이제 손이 떨리기 시작함.
그렇게 거실에 펫캠을 설치하고 맞은 첫 출근. 일하는 내내 휴대폰에 눈길이 가. 지금 전웑우는 뭐 하고 있을까. 밥은 먹었을까. 또 꼬집어 먹고 그대로 뒀을까...
"믽규씨, 휴대폰에 애인이라도 있어?"
"집에 키우는 고양이가 있어서요. 하하."
고양이도 애인도 맞는데, 가끔 인간이 맞나 싶어요.
야구도 축구도 안 보는 김믽규가 유일하게 즐기는 게 롤 경기 보는 거. 처음 보게 된 건 친구 때문에. 게임도 안 해서 내용도 몰랐는데, 화면에 잡힌 어떤 선수 (= 전웑우) 때문에 덕질 시작했을 듯.
"야, 야. 저 선수 이름이 뭐야?"
"전웑우. 존나 잘함."
"어, 잘 한다."
얼굴이 열일하잖냐...
믽규 자기 방에서 웑우 방송 보고 있다가 필요해 보이는 거 그때마다 가져다주고. 사람들 그래서 도비랑 산다고 그럼.
- 도비 눈치 백단이다.
이런 채팅 올라오면 뭔가 모르게 뿌듯해서 전웑우 광대 살짝 올라가고. 남들은 그런 내밀한 건 몰라서 그냥 웑우 선수 기분 좋네, 그럴 뿐이고.
어우, 진짜 새인데?
다들 놀라서 한 걸음씩 떨어지는데, 믽규는 태연하게 웑우 머리카락 쪼아대고 있음. 웑우가 믽규를 말리다가 검지를 펼쳐 가져다 대자, 그 위에 얌전하게 앉음.
그렇게 수업 듣는 내내 참새를 데리고 다녀서 ㅇ타에 참새남이라고도 올라왔음. 물론 웑우는 그 사실 알 리가 없지.
믽규의 현실 서폿팅으로 웑우 오래오래 선수 생활 오래 잘할 것 같음. 원체 성격도 잡소리 안 나올 성격이기도 하지만, 그런 거 말고도 체력적인 이슈나 손목 부상 같은 거.
"웑우야, 스트레칭 하자."
"웑우야 허리."
"웑우ㅇ..."
"잔소리쟁이..."
이러면서도 믽규 말 잘 따르는 웑우여서.
아침이 되자마자 달콤한 주말의 늦잠을 자는 믽규를 깨움.
"민! 믽규야, 일어나봐. 지금 몇 월이야?"
"으응... 4월... 왜?"
"믽규야... 나 병원 좀. 차 태워줘."
웑우가 사색이 되어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하니, 믽규는 깜짝 놀라 마른세수하고는 바로 나갈 준비를 함.
이렇게 웑우랑 같이 시간 보내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다고.
그 말에 웑우가 고개를 반짝 들었다가 고개 끄덕임. 믽규도 웑우 따라 고개를 끄덕이고.
누구도 사귀자거나 그런 말은 안 하는데, 자연스럽게 눈 뜨면 가장 먼저 연락하고 자기 직전까지 연락하는 사람이 되었겠지.
격한 감동이 몰려왔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니터 너머로만 봤는데 실물이 더 잘생겼다, 같은 생각이나 들었음.
익숙한 음악이 경기장 내에 나오고, 밴픽에 들어갔음. 전웑우가 못하는 챔은 없지만 그중에서도 잘하고 유명한 시그니처 픽을 했음. 사람들 환호에 질세라 믽규도 크게 소리지름.
심지어 자리도 선수가 지나가는 자리어서,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음. 그렇게 캐스터의 선수 이름 호명이 시작되고,
"에스브이티 게이밍의 Boiii 입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전웑우가 뒤에서 걸어 나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손을 뻗었고, 전웑우가 톡하고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지나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