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하늘 간 동료가 어떤 친구였냐면, 간호사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아는 것도 많고 FM이었다. 유쾌해서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어주는 동료였으며. 때론 내가 틀린 문장으로 말하면, 제대로 된 문장과 발음을 가르쳐주며, 내게 인계 줄 때는 어떤 때보다 또박또박
쉽고 정확한 독일어로 인계 주었다. 나의 생일 때 만들어간 잡채가 정말 맛있었다며 몇 번이고 얘기했는데, 또 만들어주기도 전에 가서 나 얼마나 속상한지. 마지막으로 봤을 때, 안색이 어두워 보였었는데, 쉬이 보내지 말고 안부를 더 깊게 물어볼걸. 너의 평안함을 위해 묵념하고 기도할게.
저는 메르스 당시 한국 간호사였고, 코로나시국에 독일 간호사입니다. 독일에서는 병동 간호사 대부분이 병가에 들어가도 휴가가 예정 된 간호사는 휴가를 예정대로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체 병원의 간호인력이 부족하면 병동 몇 개의 문을 닫고 가능한 인력으로 운영합니다. 한국은 그렇지 않죠.
병동채혈 플로우 보면서, 신규 시절 채혈은 임상병리사가 새벽에 와서 했지만 랩결과를 간호사가 빨리 확인해서 주치의에게 노티해야했는데, 내가 (화장실도 못가고 밥도 못 먹고) 일하느라 조금이라도 늦게 확인하면 선임한테 혼나고, 주치의도 짜증내고. 지금은 모든 채혈, 랩결과 보고 처방까지
리) 나도 한국 다녀와서 돈돈 거려서, 나 왜 이렇게 돈 얘기를 하지? 했는데, 한 달 쯤 지나니 다시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중. 돌이켜보니 한국에서 두 달 내내 집/주식/비트코인 얘기만 들었더니. 내가 너무 루져같은 느낌이었고, 이제라도 악착같이 살아야겠다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심지어 내일 마지막 근무 함께 일하는 동료들 60년생, 62년생으로 울 엄마 또래인데ㅜㅜㅜㅜㅜㅜㅜㅜ 정말 엄마같이 나한테 맨날 “전 근무는 어땠어? 잠은 잘 잤어? 오늘은 어때? 너가 최고야” 계속 말해주는 분 ㅜㅜㅜ 오늘도 내 도시락 내가 설거지 했다고 너는 정말 최고라며 얘기하는 분 ㅜㅜㅜㅜ
한국에 비해 훨씬 사람 대접받으면서 일합니다. 물론 간호사 업무자체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만! 한국이든 독일이든 마찬가지지에요. 독일이 무조건 더 좋다는 것도 아닙니다. 분명 힘든 직업이에요. 하지만 제 때 밥 먹고, 내 휴가 내 뜻 대로 다녀오고, 존중 받으면서 일 하는 것. 그 점이 다르죠.
내가 첫번째 직장을 그만뒀던 이유. 이러다 내가 살인을 하거나 자살을 할 것 같아서. 태움이 포인트가 아니다. 인력이 부족하니,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충분한 쉼도 없고, 근무 중에 기본적인 물마시기/식사/배설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나의 실수가 사람을 해칠 수도 있다는 공포가.
1월 30일이 다들 나 칭찬해주기로 한 날인가. 어제 인계주던 동료가 “너는 일 정말 잘 해. 출근해서 정리된 것만 봐도 너가 근무였구나 알게돼. 너는 칭찬 들어야해. 정말 잘해”라고 하고, 또 다른 환자도 “너는 정말 제대로 간호행위를 하고 있어. 너는 정말 잘 해. 항상 고마워”했다. 꺄
간호사는 휴가도 가면 안 되나보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업무 능률도 오르는 법이죠. 언어/인종차별 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해외취업을 하는 사람들이 애국이 없어서 나가는 것 같나요. 그 개혁을 해보려고 목소리를 내보였고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살아야겠으니깐 나오는거죠.
오늘 노동청에 다녀왔다. 상담직원의 도움으로 드디어 서류의 진척이 내 눈에 보이게 되어 기뻐 부모님께 전화 드렸다. 연금 받는 나이지만 아직도 일해 36세 딸에게 (아내 몰래) 용돈 주는 아빠는 조급하지 말라며, 천천히 기다리라며 정 안 주면 돌아오면 되잖아라며 위로해주고ㅜㅜ 난 길에서 울고
엄마가 수술 받을 때 조직검사 하긴했지만, 염증성 확인하려고 했나보다 했는데.. 암세포였대… 울엄마 약 20년 만에 다시 항암 시작이네. 엄마가 동생한테 “누나한테 얘기하지마”라고 했다는 얘기에 마음이 무너져 ㅜ 이래서 엄마가 어제 나한테 한국 돌아오면 좋겠다고 한건가봐
메르스 당시, S병원에 다님. 남자친구의 직장동료들이 “요즘 독토리랑 데이트해? 좀 불안한데, 안 만났으면 좋겠어.”라고 했다고 함. 부모님조차도 내가 출,퇴근 외에 외출하는 것에 대해 뭐라 함. 그냥 사람들 안 만났음. 어딜가도 S병원 욕이었어서 나는 직업과 직장을 숨겨야만했음.
다시 봐도, 슬의 중 SN의 “살수있어요?” “살았어요”는 정말 보기도 듣기도 싫다. 그래 간호사가 할 만한 일들 주인공들이 하는 건 어느정도 이해가는 드라마적 요소였다면, 이건 진짜 휴. 어떤 학생간호사도 저런 말 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의학 지식 알고 실습 나와요.
독일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선물로 초코렛을 주고 받는다. 근데 나는 초코렛 왠만해서는 안 먹어서. 선물 받고 일정 기간 지나면 버리게 되는데… 초코렛 선물 그만 받고 싶다 ㅜㅜㅜㅜㅜ 친구들은 내가 단 거 안 좋아하는 것은 알지만, 초코까지 안 먹을거라 생각을 못하는 듯.
오늘도 보람찬 하루였다. 여전히 병원 출근 전에는 스트레스가 심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간호사 일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의 간호로 환자들이 전보다 좋아지는 모습을 보는 것과 나를 환영하고 내일도 보길 원하는 환자를 보며, 내가 한 사람으로서 유익을 끼치며 살고 있구나 느끼기에.
국민들 중 의료진의 파업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들을 보면, 절망스럽다. 의료진은 희생, 봉사 정신으로 하는 직업인데, 돈도 잘 버니 그냥 닥치고 일해라. 인데. 우리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주장 하는 것이 아닌, 의료진의 건강/안전이 치료/간호를 받는 환자들의 회복/안전과 연관되어 있기에
교대근무자는 휴가 더 받아서 6-8주 휴가 가능해요. 보통은 3-4주 휴가 많이 가서, 외국에서 한달살기 하는 애들보면 독일에서 왔다는 애들 정말 많아요; 심지어 휴가중에 아프면 병가로 바뀌고, 나중에 그 휴가 다시 쓸 수도 있어요. 그리고 병가도 6주까지 유급으로 받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