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20세기인쇄사무실>
아래층 필름 현상소인 망우삼림에서 새로 차린 인쇄소. 꽤 예전부터 길 건너 좋아하는 카페에서 보이던 곳이다. 지도에서는 아무리 찾아도 안나와서 정체를 알 수 없던 곳이었는데 마침내 알아냈다. 카페가 메인은 아니지만 캔으로 나오는 커피와 밀크티를 주문할 수 있다.
전주 한옥마을 스테이 <늦잠>
낮에는 마루에 앉아서 차 한잔 양갱 한입 풍년제과 빵한입. 밤에는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며 와인과 배달음식을. 아침잠 많은 내게는 스테이 이름처럼 늦잠 푹 자고 한시 체크아웃 가능한게 가장 좋았다. 욕조는 아쉽게도 이용 못했지만 머무름 자체로 쉼이 되는 곳.
애정을 포함해 종류 불문하고 극치를 찍어본 모든 감정은 제대로 숙성되고 나면 영혼의 성숙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타고 남은 재의 온기처럼.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후 모래 위 반짝이는 사금처럼. 감정이 정점을 찍고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며 내려 앉는 과정에서 깨달음과도 같은 흔적을 남겼다.
여의도 파크원 <퍼시스 커뮤니티 오피스>
네이버 예약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사람도 거의 없는데다 최근 생긴 곳이라 시설도 좋다. 듀얼모니터 사용도 가능하고 커피, 음료도 무한제공. 회의 공간, 라운지, 업무 집중 공간이 구분되어 있다. 4시간, 8시간 단위로 예약 가능한 것도 장점.
삼청동-안국 일대는 갈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꼭 하나쯤 하는 것 같다. 일전 한옥 건물에 있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던 곳인데 이제는 카페만 운영하는 것 같았다. 운이 좋았던건지 손님이 많지 않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난로의 온기에 발을 데우며 한가로운 커피 타임을 즐길 수 있었다.
왕십리 <주052>
뭐지...왕십리에 이런 곳이 있었다고? 싶었을 만큼 정말 오래간만에 왕십리에 갔다가 기분 좋게 당황했다. 참나물 페스토 등을 곁들인 육전과 갑오징어 반냉칼국수, 그리고 쑥 막걸리..이 조합 굉장히 좋았다. 특히 반신반의 하면서 시킨 쑥 막걸리 이거 모두가 먹어줘야만...
<퀸넬브릴 삼청>
체리 포레누아나 구운 배 디저트를 먹고싶었으나 다 품절되고 하나 남아있던 투명포도만 간신히 건졌다. 주재료는 바닐라 크림과 청포도, 레몬젤리와 머랭, 초콜릿. 시각적으로나 식감 측면에서나 꽤 재미를 준다. 2층 창가 자리가 비어있어서 기와지붕 뷰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 DDP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이런 류의 전시는 그간 큰 흥미는 없었는데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은 한-중-프 공동으로 이뤄진 기획과 디스플레이에 관심이 생겨 다녀왔다. 오디오 가이드를 같이 듣다보면 럭셔리 쥬얼리 진열이라기 보다는 '시간'을 주제로 한 공예품 전시에 가깝게 느껴진다.
고심해서 선물을 고르는 시간을 좋아한다. 친구의 생일을 맞아 삼각지와 남영동 일대를 돌아 다녔다. 선선해지기 시작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참 걸으니 땀이 나기 시작했다. 영업 시작 시간 맞춰 대기하고 있다가 전화로 점심을 예약했다. 생일을 의식해 고른 것은 아니지만 들깨 미역국이 푸근했다.
별 것 아닌 것에도 당연히 행복해질 수 있는 삶. 아침나절 창가에 내리쬐는 햇살이 좋아서. 새로 읽기 시작한 소설책이 재미있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사온 귤이 달고 맛있어서. 종일 부지런히 행복한 하루. 우울의 파도에 쉽사리 무너지지 않도록 일상의 조약돌을 주워다 찬찬히 둑을 쌓아 올리는 일.
필동 <더스크커피>
여기 가서 마셔야 하는 메뉴는 무조건 오렌지 밀크티. 과육 씹히는 과일청이 한가득 들어있다. 에이드 종류도 맛있다.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워서 근처에서 점심 약속 생길 때마다 지인들 데려가는 붙박이 코스 중 하나. 점심시간 살짝 비껴 가면 덜 붐벼서 좋다.
국중박 기증관이 올해 새단장을 했다고 해서 다녀왔다. 테마별로 나눠 전시를 하고 있다. 수월관음도와 세한도는 조금 더 시간을 들여 보고 왔으면 좋았겠다. 특별 전시 <스투파의 숲>도 꽤 흥미롭게 관람했다. 원래는 서화 전시실을 가려고 했던건데 시간이 부족해서 바삐 나왔다.
화창한 봄날의 축복이 끝이 없던 오늘 다녀온 원주 <뮤지엄산>. 명상 공간 천장을 통해 들어오던 빛과 그 틈새로 엿보이는 봄의 조각들. 제임스 터렐 작품 안에서 바라보는 타원형의 하늘은 오늘처럼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에는 공간감을 상실한 채 평면적인 추상 회화를 보는 듯한 느낌.
짐을 풀고 한결 가벼운 어깨로 대전 시립미술관에 갔다. 볕은 쨍한데 눈부시게 빛이 반사되는 건물 위로는 까만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풍경이 비현실적이었다. 전시는 신진 작가의 현대미술부터 이응노, 김창열 작품 등이 있는 수장고, 백남준의 대형 작품까지 다양헀다. 보는데 한참 걸렸다.
둘쨋날 첫 일정으로는 대전 근현대사전시관을 갔다. 한밭이라는 지명의 유래부터 시작해 일제강점기를 지나 엑스포를 치른 90년대 초까지 이어지는 역사를 짚어내리며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 시간마저 잊었다. 전시관을 나와 밝은 복도를 마주하고 여기가 어디더라 하고 잠시 당황할 정도로.
점심 먹고 돌아 걸어 갈 여유가 되면 종종 찾는 카페다. 공간을 널찍하게 써서 손님들이 다 차도 내 목소리가 소음에 묻히지 않아 좋다. 창 밖의 소란과 멀어지는 기분.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결 속에서 다가오는 봄을 느끼는 요즘이다. 백목련이 흐드러지기 시작하면 그땐 남산으로 산책이라도 가야지.
연차 내고 오전부터 교보문고 가서 신년 다이어리 쇼핑 후 전시 투어. 첫 전시로는 일민 미술관에서 하는 <다시 그린 세계: 한국화의 단절과 연속>을 봤다. 옛 서화부터 현재까지 한국화의 명맥이 어떻게 보전되고 재해석 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전시였다. 아침 든든히 먹고 가서 여유 있게 볼걸...
바로 앞 계곡은 물�� 맑고 깊어서 헤엄치는 물고기떼가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저녁이 되면 물소리를 들으며 바비큐를 할 수 있다. 민트젤리를 곁들인 양갈비를 먹고 방에 들어와 부른 배 두드리다가 9시쯤 차려주신 소박한 술상으로 2차. 크고 깊은 욕조에 반신욕까지 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차에 어울리는 다식을 내어준다기 보다는 마치 음식에 와인 페어링을 해주는 느낌. 산딸기 과육이 씹히는 들기름 막국수에 월광백 한 모금을 넘기니 더해지는 감칠맛. 비록 찻자리를 즐기는 동안 일은 업보처럼 쌓여버렸지만 바쁜 중에도 시간 내어 가기를 정말 잘했다. 호사스러웠던 망중한.
자신의 감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줄 알고, 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아야 서로에게 상처입히지 않는 대화가 가능하다. '네가 이 모양이니 오죽하면 내가 이런소리까지 하겠냐'는 식의 말은 그저 당신의 불안 해소가 목적이지 조언이 아님을 설득하는 것에 수년간 실패하고 있긴 하지만..
종각 <서울상회>
유명한 카페 디저트가 비주얼에 비해 맛은 온통 달기만 했던적이 적지 않았는데 여기 케이크 다 시켜먹은거 정말 최고의 선택. 단호박 케이크가 특히 맛있었다. 사장님이 직접 내려주시는 드립 종류도 굉장히 많음. 청차 베이스 자두 아이스티를 마셨는데 이것 역시 굿.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진행하는 <조선양화(朝鮮養花)―꽃과 나무에 빠지다> 전시. 조선시대 문인들의 풍취있고 고아한 취미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동시에 전시와 공간 구성도 흥미롭다. 난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서 겨울이면 얼음 등불을 밝혀 벽에 비친 난 그림자를 감상했다고 한다.
서순라길 <이다>
서순라길 끝자락에 자리한 한식 다이닝 바. 내츄럴 와인만 취급하는 곳이지만 입문자도 부담없이 즐길만한 라인업도 매우 친절한 설명과 함께 추천해주신다.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 저녁 창경궁 담벼락이 운치있고 참나물 폼을 얹어낸 홍가리비는 첫 스타트로 제격이었다.
서촌 한옥 스테이 <여름한옥>
여름의 끝물에 문득 생각나서 올리는 아담한 한옥 독채 스테이. 2인이 하루 머물다 가기 좋은 아담한 크기. 미니 빔프로젝터로 마당 벽을 스크린 삼아 복순도가 막걸리 한잔씩 기울이며 봤던 영화는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 조미료 없이 담백한 요리같은 영화.
찻집 건너편에는 시원하게 뻗은 대숲으로 둘러싸인 카페가 있었다. 알고보니 이 근방이 다 카페 거리라고. 그 전에는 거주민들을 밀어내고 만든 일제강점기 철도관사촌이었고 그보다도 더 전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었다고 한다. 길을 걷다 눈에 걸린 한 현수막에 조금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했다.
정독도서관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와인바 <률(ryul)>
���국-광화문 일대의 스카이라인과 하늘이 창 밖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금귤 정과에 치즈를 곁들여 먹는 사워도우 빵, 익힌 문어를 으깬 감자와 헤이즐넛 위에 올려 낸 플레이트가 익숙한듯 신선한 미각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12지신 <묘진사오> 테마의 오므오트 티코스를 다녀왔다. 매화차를 시작으로 허브 블렌딩 티까지 총 다섯잔의 차가 이어진다. 각각의 잔마다 따라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세세히 적으려다가 당분간은 혼자만의 기록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앞으로 갈 이들의 설렘을 때 이르게 해치지 않기 위해.
필동 <춤>
정시 퇴근하는 날이면 한 정거장 거리인 환승역까지 걸어 가면서 길 건너로 건물 2층에 보이던 이 곳을 드디어 가봤다. 밤에는 와인바를 겸한 카페. 충무로 인근 카페 중에서는 그래도 제법 조용하고 테이블 간격이 넓어 쾌적하다. 음료도 시그니처인 율무커피부터 티 종류까지 꽤 다양하다.
을지로 <포웨이스탑>
브런치와 내추럴 와인을 파는 곳. 이 근방에서 찾기 힘든 널찍한 공간과 테이블 간격 아주 좋고..메뉴는 샌드위치 서너가지 정도지만 과하지 않은 만듦새와 정직한 맛도 아주 마음에 든다. 양이 적은 듯 먹다보면 은근히 배부른데 목요일이라 글라스 와인도 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