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의 이유로 기억 잃어가는 위무선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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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음은 소란이 일어난 연화오 대문으로 걸어갔다. 위무선이 찾아왔다 했나.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대문을 넘어서자 흙먼지를 덕지덕지 묻히고 서있는 위무선이 눈에 들어왔다.
"위무선, 누가 찾아와도 좋다고 했지?"
"..."
위무선 다섯 쌍둥이 낳았는데 전부 다 위무선이랑 똑같이 생겼으면. 다섯 애들이 아부지! 이 한마디만 해도 남망기 심장 남아나지를 않을 듯.
전부 다 남망기 닮아도 좋기는 해. 아버지 닮아서 위무선 제일 좋아하는 다섯 아이들. 머리도 위무선이 묶어줘야 하고, 옷도 위무선만 입힐 수 있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남망기가 차갑게 물었다.
"...이름.. 이름을 물어봐 주실 수 있으십니까.."
줄에 꽁꽁 묶힌 채 바닥에 꿇어앉아 있는 위무선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고, 그의 입에서는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름이라. 내 그것 알아 무엇 하라고."
전생 기억 가친 채로 환생한 무선이가 전생의 기억 없이 환생한 망기 졸졸 쫓아다니면서 플러팅하는 게 보고 싶다. 둘의 첫 만남은 기숙사 통금시간 못 지킨 무선이가 몰래 담 넘다가 마침 당번이었던 망기랑 딱 마주치는 걸로.
"음료수! 하나 줄 테니 못 본 걸로 해주면 안 될까?"
[망무네 가족]
첫째 男
- 위무선 얼굴에 남망기 성격
- 커가면서 너무 위무선 얼굴이라 남계인이 이번에도 배추 농사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성격은 남망기 판박이라서 마음에 들어 하는 중
- 위무선 좋아 인간. 무조건 위무선 옆자리는 자기 거.
- 활도 쏘지만, 활보다는 검을 더 잘 씀.
남망기 술만 취하면 어디서 반지 사와서는 위무선 손가락에 끼워줌. 그러고는 자기도 끼워달라고 남은 반지 내미는데, 위무선 처음에는 남망기 손가락에 반지 끼워주다가 시간 지나니까 장난기 발동해서 자기 남편 있다고 결혼했다고 그러니까 반지 못 끼워준다고 함. 남망기 눈에 눈물 고임.
"위 공자, 지금 가면 분명 다칠-"
정실을 향해 걸어가는 위무선을 향해 남희신이 말했다.
"죽겠지요. 아니, 죽을 겁니다."
위무선이 걱정 하나 없는 목소리로 낭랑하게 말했다. 죽음과는 어울리지 않는 너무도 밝은 분위기였다.
"한데 어째서..."
"그래서 가는 겁니다! 죽으��고요."
키잡으로 5살 위무선, 20살 남망기해서 둘이 약혼한 사이인 것도 재밌을 듯. 무선이 어릴 때는 그래도 일찍 잠들었을 것 같은데, 잠들기 전까지 서안에 앉아서 서책 읽는 남망기보고 쪼르르 달려가서 "부.. 부군.. 우리 자요..." 하면서 안기는 거 보고 싶음. 남망기 죽음. 위무선 너무 귀여워서.
"위 공자께서는 은혜라는 걸 모르시나 봅니다."
남 씨 수사 하나가 비아냥거리자, 난실을 벗어나 침소로 향하던 위무선이 뚜벅뚜벅 걸어왔다.
"무슨 은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위무선이 무감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남이공자께서 위 공자를 도왔으니, 당연히 감사를 표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근데 이상하게 연화오로 가는 길만.. 그것만 자꾸 생각이 나는 거야.. 그래서.. 그래서..."
이제 보니 위무선의 옷 곳곳에 묻은 흙먼지는 그가 체통 없이 놀러 다니느라 생긴 게 아니라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생긴 것이었다. 강만음은 작게 주먹을 쥐었다.
"일단.. 들어와."
시한부 위무선 보고 싶다.
남망기 등에 업힌 채 운심부지처로 향하던 위무선은 토끼가 보고 싶다며 남망기의 걸음을 재촉했다. 남망기는 발걸음을 바삐 옮기면서도 위무선의 이름을 끊이지 않고 불렀다. 그가 운심부지처 결계에 다다를 때쯤 남망기는 한껏 높인 목소리로 위무선을 불렀다.
이릉국의 황제인 위무선이 포로를 핑계 삼아 곁에 두었던 남망기에게 감겨드는 게 보고 싶다. 남망기는 전쟁에서 패한 고소국의 황제였던 거로.
"그래, 가히 절세미인이로구나."
"..."
"몇 시진 째 입을 열지 않고 있다던데."
스릉. 위무선이 검을 겨누었다.
"내 친히 그 입을 열게 해주지."
"남잠, 그거 알아?"
위무선이 해맑게 말했다. 남망기는 의미를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오늘 만우절이래!"
"만우절?"
"응. 거짓말해도 되는 그런 날."
그리 말하는 위무선의 눈에는 얼핏 눈물이 조금 고인 것도 같았다.
"그래서 내가 거짓말을 좀 했어."
"어떤 거짓말."
한 번쯤은 위무선도 참지 못할 때가 있을거야. 아마도.
"왜... 왜 한 번을 묻지 않으십니까."
남계인 앞에 무릎 꿇고 앉아있던 위무선이 물었다.
"무엇을 말이냐."
남계인이 혀를 찼다. 위무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는 듯이. 위무선이 소매에 가려진 주먹을 꽉 쥐었다.
우연히 위무선 다이어리 보게 된 남망기. 다이어리에는 매운 음식 잔뜩먹기, 유럽여행가기, 번지점프해보기 등등 위무선의 작은 소원들이 적혀있었음.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던 남망기 이내 옆에 놓인 펜을 드는데. 무수하게 많이 적힌 소원들 옆에 자리하게 되는 남망기의 바른 글씨.
'남잠과 함께.'
늦잠에 빠진 위무선을 집에 홀로 두고 장을 보러 나온 참이었다. 제 연인께서 좋아하시는 연근 갈비탕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마트를 돌며 신중히 재료를 고르던 남망기의 귀에 비가 온다며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장이라도 천둥이 칠 것은 하늘이라며 무섭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사존 위무선이랑 제자 남망기보고 싶다. 근데 이제 남망기가 위무선을 짝사랑하는.
마루에 걸터앉아 천자소 마시던 위무선, 술맛이 너무 좋아서 이대로 등선해도 될 것 같다고 중얼거림. 근데 그걸 남망기가 들어버리고.. 다음 날, 위무선이 숨겨놓은 천자소 다 찾아내서 숨겨버림.
수편들고 요괴랑 싸우고 있는 망무 2세 본 강징. 조금 버거워 보이길래 욕지거리 왕창 뱉으면서 도와줌.
"아비 놈 따라가기에는 한참 멀었군."
혼잣말하면서 떠나는데 망무 2세 쪼르르 달려와서 위무선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함. 위무선은 제 과거에 대해 별로 말해준 적이 없었음.
꽃집 사장 남망기 상상만 해도 좋다. 거기다가 적극적으로 플러팅하는 위무선까지.
첫 만남은 위무선의 즉흥적인 선택 때문이었음. 혼자 살아 적적한 집에 꽃 하나 두는 게 어떨까 싶어서 들어간 꽃집에서 남망기를 본 거임. 잘난 얼굴에 반해서 꽃 한 송이가 아니라 한 다발을 사버리고...
"남잠, 나는 네 도려일 수 있어서 진짜 행복했어."
"위영, 나는-"
"우리 다음 생에도 꼭 다시 만나자. 알았지?"
위무선이 남망기의 뺨을 어루만졌다. 하나, 남망기에게 느껴진 것은 온기 하나 없는 차가운 공기 뿐이었다. 위무선은 몇 번이나 남망기의 뺨을 쓰다듬었다.
위무선 태생부터 백발인데다 감정에 따라 머리색이 변하는 특이 체질도 가지고 있어서 머리 짧게 자르고 항상 모자 쓰고 다님. 그러다 어느 날, 집에 뭐 두고 와서 급히 되돌아가는 길에 거대한 사내랑 부딪히고 모자는 그대로 벗겨짐. 허둥지둥 모자 찾으면서 냅다 죄송하다만 갈기고 있는데
위무선 오른 손목에 남망기 이름 대문짝만 하게 새겨져있어서 맨날 붕대 감고 다님. 그래서 아무도 모름. 그냥 어릴 적에 생긴 흉터를 가리려고 붕대 감고 다니는가보다 싶음. 그러다 모종의 사고로 붕대가 풀려버리고 어쩌할지를 몰라서 눈만 굴리는 위무선에 남망기 냅다 자기 가슴팍을 젖혀버림.
"삼랑, 미안해. 갑자기 돌아오는 길이 생각나지 않아서.."
"내일부터는 내가 데리러 갈게. 마침 형 얼굴을 좀 더 많이 보고 싶었거든."
사련이 날마다 조금씩 기억을 잃어갔다. 어떤 날은 이미 쓰고 있는 삿갓의 행방을 묻기도 했고, 어떤 날은 상청정 신관들의 이름을 헷갈려 하기도 했다.
허름한 대문과 금이 간 기둥, 당장이라도 무너질듯한 지붕을 가진 이곳은 위무선이 머물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작은 창문 연 위무선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상처로 가득한 제 몸은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는 듯 매일같이 야위어갔으나 위무선은 구태여 신경 쓰지 않았다.
"언제는 사도를 써도 괜찮다며. 피리를 불든, 부적을 날리든 다 괜찮다며!"
위무선이 소리쳤다. 그의 입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덜덜 떨리고 있었다.
"위영, 나는 다 널 위해서-"
"아니지. 그게 아니지. 네 걱정은 날 위해서가 아니라 널 위해서였잖아."
혼백은 위무선이나, 육신은 모현우라 종종 이리저리 걷어차이고 두드려맞던 그때의 시간들을 몸이 기억해 내는 바람에 위무선은 모두가 잠든 밤이면 갑작스레 찾아오는 발작과 환청, 두려움에 잡아먹히곤 했다. 차라리 소리라도 지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기에 운심부지처는 너무 조용한 곳이었다.
휘익. 화살 하나가 남망기를 향해 길게 날아갔다. 궁안 가득 퍼진 피 냄새를 맡으며 위무선은 생각했다. 남망기는 죽지 않는다. 황제인 그의 곁에는 수많은 호위가 있고, 그의 손에는 산도 반으로 가를 수 있다는 검이 들려있으며, 무엇보다 그는.
이 소설의 하나뿐인 주인공이니까.
"위무선! 너 같은 사람은, 정말 질색이야!"
기어코 남망기가 큰 소리를 내는 순간이 찾아왔음. 위무선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낸 것은 질색이라는 말이 아닌 끝까지 제 아명 한 번 부르지 않는 남망기의 입이었고, 복도 바닥에 흩뿌려진 초코 우유가 아닌 생전 처음 보는 표정을 한 남망기의 얼굴이었음.
위무선은 운심부지처로 돌아가는 내내 아무 말이 없는 남망기에 조금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 강징이 서신을 보냈다 하지 않았나. 그럼 전부 알았을 텐데, 어찌 아무 말이 없는 것인지. 남망기 품 안에 안긴 위무선이 고개를 들어 남망기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럼에도 남망기의 어검은 퍽 차분했다.
만우절이라고 죽은 척하던 위무선, 세상 잃은 듯한 표정으로 펑펑 우는 남망기에 당황해서 벌떡 일어남. 장난이었다고, 나 안 죽었다고 허둥지둥 설명하면서 남망기 달래줌. 어찌어찌 잘 해결됐나 싶어서 슬며시 고개 들었더니, 아직도 남망기 눈에 눈물 그렁그렁 맺혀있음. 위무선 곧장 벽보고 손듦.